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산림지식관

담당자정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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누가 숲 토양을 만들기에 발밑이 이리도 푹신거릴까?
내용

자연 상태의 논이나 밭 토양은 단단해지기 때문에 씨를 뿌리거나 무언가 심으려면 트랙터나 경운기로 갈아엎고 잘게 부순다. 한편 숲 속을 거니노라면 마치 스펀지 위를 걷는 것처럼 발밑에 푹신함이 느껴져 온다. 누군가 경운기를 산에 가져와 흙을 갈아엎고 부순 것일까? 부드러운 숲 토양은 낙엽, 나뭇가지를 분해하는 미생물들과 토양 속에 사는 크고 작은 동물들이 만든다.


건강한 숲의 토양과 낙엽 속에는 지렁이, 노래기, 지네와 같은 동물 외에도 진드기와 같이 눈으로 확인이 어려운 동물들이 1㎡ 안에 수만 마리 살고 있는데 그 무게가 수십 g이나 되는 경우도 있다. 이들 토양 동물 외에 세균, 담자균, 사상균과 같은 미생물들이 수억 마리 살고 있다. 고요한 숲, 더구나 땅 속에 이렇듯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다는 게 실감이 가지 않을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은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.


미생물들은 낙엽, 죽은 가지, 동물의 배설물이나 사체와 같은 물질들을 분해하여 나무들에게 양분을 공급하거나 토양의 부식질 생성에 관여하는 등 식물들의 생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.


그 다음은 땅 속에 사는 동물들의 몫이다. 흔히 “지렁이가 있는 토양은 비옥하다”는 말을 하는데 지렁이, 노래기, 풍뎅이와 같은 토양 동물들이 땅 속을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터널이 만들어지고 토양과 유기물이 수직·수평방향으로 섞여진다. 이는 마치 경운기로 토양을 갈아엎고 잘게 부순 것과 마찬가지다. 크고 작은 구멍이 송송 나 마치 잘 만든 빵 같은 이 토양터널은 토양 속으로의 산소를 공급하는 유통경로가 되며 빗물이 저장되는 통로도 된다. 결국 이 부드러운 토양층은 미생물들과 토양 동물들의 일상적인 생활공간 속에서의 활동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.


지표부근의 작은 알갱이들로 이루어진 부드러운 토양을 ‘단립(團粒)구조’ 토양이라고 부르는데 이 토양은 지렁이의 소화관을 통과할 때 나오는 분비액이 응고된 것이거나 박테리아의 부숙에 의해 만들어진다.


삽으로 숲 토양의 단면을 만들어 색깔이 진한 표토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살며시 눌러보면 거의 저항감을 느끼지 못한다.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손가락이 쑥 들어가 버리는데 이와 같은 토양은 생태적으로 건강한 숲일수록 더욱 부드럽고 깊게 발달한다. 지구상에는 어디를 가나 토양이 있지만 숲 토양만이 살아있는 토양이다. 연구결과에 의하면 지렁이가 있는 토양은 15초에 50mm의 빗물을 흡수하지만 지렁이가 살지 않는 토양은 2시간이 걸린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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